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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최승현 기자] 고발 뉴스라고 해서 문제 있는 화면을 고스란히 내보내도 좋은가.
최근 인터넷에 돌고 있는 ‘왕따’ 구타 장면을 지상파 방송이 여과없이 보도해 논란이 일고 있다. SBS ‘8뉴스’가 21일 ‘한국인 왕따?’란 제목으로 홍콩의 한 교실에서 촬영된 것으로 보이는 한 남학생이 급우들로부터 무자비한 구타를 당하는 장면을 여과없이 보도한 것에 대해 폭력 과잉 노출과 선정적 보도라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1분44초 가량 진행된 이 뉴스에서 앵커·기자 코멘트(Comment)·일반시민 인터뷰 등을 제외한 1분여 동안이 문제의 동영상으로 채워졌으며, 교실에서 발로 가슴을 걷어차이고 주먹으로 무차별 가격당하는 모습, 내리친 의자에 이마를 맞고 뒹구는 모습 등이 그대로 전파를 탔다. 기자는 “의자에서 학생을 끌어내리더니 가슴팍을 걷어찹니다” “이마를 맞은 학생은 얼굴을 부여잡고 뒹굽니다”는 등의 코멘트를 중계방송하듯 내보냈다. 더 큰 문제는 피해학생의 말 소리 중 일부가 마치 한국말처럼 들린다는 이유로 ‘한국인 왕따?’라고 제목을 붙인 선정성이다.
뉴스 직후 ‘8뉴스’ 게시판에는 시청자들의 비난과 항의를 담은 글이 속속 올라왔다. ‘박찬미’씨는 “그걸 보면 아이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마음이 들건지 생각해봐야 하지 않느냐?”고 따져물었다.
이날 MBC ‘뉴스데스크’에서도 같은 동영상을 주제로 ‘왕따 이상 열기’란 제목의 보도가 방영됐지만, 모자이크 처리가 돼 있었으며 동영상이 전파를 탄 시간도 20초를 조금 넘는 정도였다. 경실련 미디어워치 김태현 부장은 “인터넷에서 공개된 것이라해도 지상파 뉴스가 이처럼 보도하면 시청자들은 그 장면을 선택의 여지없이 수용하게 된다”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와 관련, SBS 보도국 관계자는 “인터넷에 이미 돌고 있는 동영상인 데다 외국 사례는 이렇게 심하다는 것을 보여주려다보니 그런 화면이 나가게 됐다”고 말했다.
(최승현기자 vaidale@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