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궁을 표현할 때 색채감은 빼놓을 수 없는 요소 중의 하나이다.
특히 인물에 따라 입혀진 색과의 연관관계를 살펴보면 얼마나 정교한지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색에 물든 궁의 주인공들....
그들을 따라 가면서 보는 색다른 재미속으로 들어가보자.
1.태황태후 마마
가족과 함께 하는 일상을 보여주는 장면에서는 주로 연한 핑크,녹색계열의 한복으로 표현하고 있는데, 파스텔 계열의 색깔이라 편안함을 강조하기 위함으로 보인다.
하지만 채경의 부모님이 방문했을 때라던지, 황실의 공식적인 행사시에는 황색계열을 선택함으로써, 황실 최고의 어른이라는 권력적인 의미를 부여한다. 또한 추존에 대해 입장을 밝히는 장면이라던지, 황태자 자질 시비시 확고한 의지를 나타내는 장면 등에서는 위엄과 정의를 표현하기 위해 자주색을 선택했다.
2.황제폐하
왕의 색이라 불리는 황금색은 권위와 함께 평형상태를 유지해야 하는 왕의 모습을 잘 나타내준다.
이와 함께 선택된 검은색은 형의 죽음과 사랑의 아픔으로 인해 늘 마음속의 커다란 짐을 이고 살아가는 황제의 심리 상태를 잘 표현해준다. 검은색은 여신 칼리와 두르가의 어두운 면을 나타낸다고도 한다. 최고의 권력을 가진 부러움의 대상인 표면적인 모습과는 달리 마음의 한없는 어두움을 가지고 살아가는 황제의 모습과 어쩌면 너무도 닮아있는 듯하다.
3.황후마마
처음 채경과의 대면에서 파란색 한복을 선택함으로써 책임감이 강한 황후의 모습을 비유적으로 드러내면서 이성적인 면모(차가운 이미지) 역시 보여준다. 그 이후 채경의 잘못을 꾸짖을 때나 혜정전과의 대립시 푸른색을 선택한 이유 역시 같은 것으로 보아진다.
그외에는 주로 핑크색 또는 녹색의 한복으로 어머니의 인상을 강력하게 각인시킨다. 핑크색과 녹색은 바로 애정을 드러내는 색이기 때문이다. 황후로서가 아닌 어머니로서 , 아내로서, 며느리로서 늘 바람잘날 없는 황실에 평화를 바라는 인물임을 비유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5.황태후마마
처음 궁에 들어오면서 청록색의 한복을 통해 불투명한 심연의 상태임을 보여준다. 녹색인 것 같지만 녹색과는 전혀 다른 청록색.
아무런 욕심 없이 남편의 권위만 돌려 받을 수 있으면 된다는 거짓의 옷을 입고 왕권에 대한 욕심을 교묘하게 숨긴 그녀의 상태를 잘 표현하고 있는 색인것이다.
이후 태황태후마마 앞에서 자신의 야욕을 살며시 드러내는 장면이라던지, 공내관과 과거 자신의 치부에 대한 이야기를 할때 보라색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는 보라색이 가진 속죄라는 의미를 통해 그녀의 잘못을 더 강하게 인지시키기 위함일수도 있고, 또는 그녀의 내면의 일말에 양심이 소리치는 속죄라는 의미일수도 있을 것이다.
방화사건을 계획하는 장면에서는 잔인성을 표현하기 위해 핏빛의 붉은 한복을 입었다.
6. 채경
채경의 명랑 ,쾌할한 성격을 정열의 상징인 빨간색으로 표현한다.
또한 빨간색은 신의와 용기를 나타내는 색이다. 황후의 앞에서 율과의 관계를 밝히는 장면은 이를 잘 나타내어 주는데, 채경이 붉은색옷을 입으므로써 자신의 마음을 어느 누구라도 알아주길 바라는 심리 상태를 표현한 것이다.
반면, 갈등이 유발되는 장면이나 어두운 심리적 상태를 표현할때는 검은색 계열을 주로 입어 이전의 밝은 이미지와 극면한 차이를 드러내 주인공이 느끼는 절망감을 시각적으로 잘 표현하고 있다.
7. 신
극의 초반 주로 선택한 색깔은 검은색의 양복이다. 양복이 주는 딱딱함과 더불어 검은색을 선택함으로써 황태자로 모든 법도에 속박되어 자제하고 살아야 하는 답답함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채경을 통해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어가면서 밝은색 계열의 수트로 바꾸어 편안함과 밝아짐을 시각화하였다.
이후 신 역시 채경과의 갈등이 시작되면서 검은색을 선택해 막막한 심경을 표현했다.
신의 경우 공식행사에서 회색이나 자주색을 입어 위엄과 권위있는 황태자의 모습을 보여주려했다.
8.율
율의 경우 평상시에는 주로 밝은 계열의 옷을 입지만 황실의 모임이나 행사, 종친회 모임에서는 검은색과 갈색을 고집했다. 신과의 차별성을 두기 위함도 있겠지만, 검은색이 주는 재생과 부활의 이미지와 갈색이 주는 좌천의 이미지를 주목해야한다. 아버지의 죽음으로 인해 뒤바뀐 운명에 대해 끊임없는 좌절을 나타내는 갈색 그리고 다시 돌려받는 시작의 의미로의 검은색은 어쩌면 율의 행보를 나타내기에 더없이 좋은 색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