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정보설계 도구, 본 사람 있나?
웹사이트는 매우 복잡한 존재다. 수많은 레이어와 연결 고리들이 존재하며, 수많은 다른 사이트들과 교류를 하고, 다양한 고객들을 대접하고, 다양한 상품, 서비스들을 제공해야 한다. 그래서 웹사이트는 제대로 관심을 기울이지 않으면 쉽게 엉키고 뒤섞여 복구불능의 상태가 되는 존재다.
이 때문에 웹사이트에는 정보 설계 전문가가 필요하다. 정보 이론에서 사회 과학, 그리고 프로그래밍 기술까지 각종 지식들로 무장한 정보 설계사들은 어느 곳에 어떤 내용이 있고, 어떤 링크가 어디로 연결되고, 각각의 사용자들에게 어떤 환경을 제공하야 하는지를 설명해 준다.
자질구레한 일처럼 보이지만, 정보 설계는 디자인이나 프로그래밍보다 웹사이트의 성공에 훨씬 더 중요하다. 물론 디자인과 프로그래밍 모두 사이트가 존재하는데 더 없이 중요하다. 그러나 고객들이 사이트에서 원하는 상품이나 정보를 찾을 수 없고, 필요한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한다면, 그 사이트는 처음부터 생기지 말았어야 한다.
웹사이트 조직은 인간이 뇌 속에 정보를 저장하는 구조와 비슷하다. 우리는 서로 밀접한 정보들을 형태나 내용에 따라 분류하고, 이들을 통해 세상을 이해하고 세상에 반응한다. 사이트도 마찬가지다. 고객이 원하는 정보를 내용이나 형태에 따라 분류하고 서로 링크를 걸어 관련된 정보를 쉽게 찾을 수 있게 해준다.
정보 전달은 모든 사이트의 핵심이다. 정보 전달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면, 그 사이트의 그래픽이나 기술이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한번 돌아선 고객들을 되돌려 놓지 못한다.
왜 정보설계 툴은 널리 이용되지 않을까?
그럼에도, 시장에는 웹사이트 정보를 구축하게 도와주는 도구가 상대적으로 적은데다, 원시적인 수준에 머물고 있다. 물론 찾아보면 있다. 비지오(Visio)나 인스퍼레이션(Inspiration), 옴니그래플OmniGraffle)과 같은 도구들은 웹사이트 정보 구조를 만들어 주는데 그런 대로 쓸만한 도구들이다. 하지만 대개 이들은 프로그래머들을 위한 조직도를 그려주는 도구에 불과하다.
창의적이고 상상력 풍부한 사이트 기획자가 자신의 머리 속에 들어있는 아이디어들을 꺼내 페이지 위에 펼쳐 놓고, 이리저리 갖고 놀다가 이를 개발을 위한 가이드로 완성시켜 주기엔 부족함이 많다는 것이다.
훌륭한 정보 설계 도구는 사람의 두뇌처럼 움직여야 한다. 그래야 우리의 두뇌가 움직이는 대로 정보를 보여주고 반응하는 멋진 웹사이트를 구축할 수 있다.
과연 그런 도구가 있을까?
틴더박스(Tinderbox), 정보설계의 새 바람
아마 틴더박스(Tinderbox)라는 소프트웨어에 대해 들어본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틴더박스는 이스트게이트 시스템(Eastgate Systems)이라는 작은 벤처 회사에서 출시한 정보 설계 소프트웨어다.
이스트게이트는 그간 놀라울 정도로 혁신적인 저작 도구들을 생산해 온 꽤 유서가 깊은 회사다. 이들은 이미 웹이 탄생하기 수년 전에 최초의 상업용 하이퍼텍스트 저작 시스템인 스토리스페이스(Storyspace)를 개발했다. 이후 스토리스페이스를 이용해 하이퍼텍스트 문학을 출판하기도 했으며, 웹 스쿼럴(Web Squirrel)이란 비슷한 기능의 하이퍼텍스트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기도 했다.
쉽게 말해, 틴더박스는 수많은 정보 설계사들이 이용하는 '끈적이 노트(일명 노트 패드)'의 완벽한 대체 도구다. 아이디어 구상을 하고, 웹사이트에 필요한 모든 요소들을 한 곳에 몰아 넣은 뒤, 이들을 5가지의 서로 다른 관점에서 정리하고 연결하고 조직화 할 수 있다.
<틴더박스의 사용 예>
틴더박스는 아이디어 구상을 하고, 노트를 적고, 정보를 수집하는데 탁월한 성능을 제공한다. 틴더박스를 이용하면 매우 쉽고 빠르게 아이디어, 페이지, 연결고리, 사이트, 파일 사이에 링크를 걸어 정보 구조의 '청사진'을 그려낼 수 있다. 마치 인간의 뇌가 움직이듯, 아이디어들을 순간적으로 떠올리고, 관련 짓고, 조직화 하게 해주는 것이다.
틴더박스는 분명 놀라운 정보 설계 툴이다. 하지만 이스트게이트는 어떤 이유에서인지 이를 정보 설계 툴이라 하지 않고, "개인용 콘텐츠 관리 도구(Personal Content Management Assistant)"라는 설명을 붙여 주었다. (안타까운 일이다. 이런 설명으로는 마케팅에 도움이 별로 되지 않을 텐데.)
틴더박스의 작업물은 HTML로 포팅이 가능하다. (이 기능은 틴더박스를 웹사이트 설계를 위한 청사진을 만드는데 더없이 훌륭한 도구로 만들어 준다.) 뿐만 아니라, "에이전트(agents)"라고 불리는 기능이 있어 수많은 옵션을 선택해 정보들을 정렬시킬 수 있으며, 정보 구조에 자세한 도움말이나, 부연 설명, 문서까지 첨부할 수 있다. 특히 틴더박스는 데이터를 XML로 저장하기 때문에, (필요할 경우) 다른 환경의 다른 애플리케이션과 쉽게 데이터를 교환할 수 있게 해준다.
안타깝게도, 틴더박스는 현재 맥OS X용으로만 출시된 상태며(가격 145달러), 윈도 버전은 현재 '열심히' 개발 중이라고 한다. (데모 버전도 맥OS X로만 공개돼 있다.)
틴더박스는 정보 설계 외에도, 회사 내 아이디어 회의를 할 때나, 회의 내용을 저장하거나, 아니면 혼자 앉아 아이디어 구상을 할 때도 더없이 좋은 도구다.
일단 틴더박스와 같은 정보 설계 도구를 이용하고 나면 다음부터는 다시 펜과 노트 패드만 갖고 아이디어 구상을 하기 싫어질 정도다. 물론 틴더박스가 완벽한 정보 설계 도구는 아니다. 하지만 분명 지금껏 나왔던 다른 정보 설계 도구들에 비하면 더 앞서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지금껏 등장한 정보 설계 도구들 목록을 확인하고 싶다면 다음과 다음 링크를 확인하기 바란다.
난 앞으로 정보 설계 도구가 3D로 설계되길 바란다. 그래서 모든 링크들이 좌우 앞 뒤로 역동적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말이다. 또 이런 정보 설계 도구가 드림위버와 같은 웹 저작 도구와 결합되면 얼마나 좋을까. 또 거기에 내 목소리를 담아 훌륭한 프리젠테이션을 만들 수 있으면, 또… 앞으로 나올 정보설계 도구로부터 내가 바라는 것들을 무수히 많다.
지금 내 매킨토시에 설치된 틴더박스를 열고 이런 아이디어들을 한번 정리해 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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